그는 드넓게 펼쳐진 텅 빈 그라운드를 반물빛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남들과 마찬가지로 콧수염을 길렀을 때의 버릇이 은연중에 남아있어 그는 가끔 코와 입 언저리를 쓰다듬었다. 그와 이 익숙한 장소와의 공식적인 인연도 올해로 32년째였다. 그리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서서히 그의 머리 속은 이사 생각으로 가득찼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면 이사를 하겠다고 아내와 약속했던 터였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좋았지만 아내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좀 더 날씨가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던가 - 어쨌든 그것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난 뒤의 일이었다 -. 그는 마지막 남은 라떼를 들이마시고는 숙소로 돌아갔다.




Posted by 레겐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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